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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 Road 樂/2012' 3기여행 :남미

[3기 전시 프로젝트] 현실 참여 미술, 어렵지 않아

콜트 콜텍 부평 공장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공항철도에서 인천 지하철로 갈아타서 겨우 도착한 갈산역. 거기서 또 북쪽으로 걷고 부평소방서를 지나서야 작은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장은 예쁘게 단장하고 로드스꼴라 일행을 맞았다. 도도가 왜 이곳으로 전시수업을 나갔는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노랑, 초록, 빨강색으로 칠해진 외벽과 커다란 사진 현수막, 바닥에는 귀여운 기타 모양의 페인트 그림이 음표처럼 그려져 있었다. 새로운 전시의 예를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콜트 콜텍은 세계에서 꽤 잘나가던 기타회사, 하지만 2007년 7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부평공장 노동자들을 대거 해고조치 했고 1년 후엔 완전히 국내 공장의 문을 닫고 외국으로 이사했다. 대법원은 한국보다 인건비가 싼 인도네시아나 중국으로 날라버린 이 건실한 재정의 회사가 한국 노동자들을 해고한 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사 측은 이미 한국엔 돌아가는 공장도 없다며 막무가내로 맞서고 있었다. 부당한 해고에 항변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2000일이 넘도록 부평공장에 텐트를 쳐놓고 공장이 재가동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전엔 용역들이 들이닥쳐 내쫓길 위기에 처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는 노동자. 그 주위에 힘을 보태고 있는 건 미술을 전공한 한 무리의 작가들이었다. 노동자 옆에 미술 작가라니. 그러나 작가들은 노동자의 고통을 작품으로 만들고, 바라는 바를 적어 건물 외부에 예쁘게 붙여놓고, 자칫 우울하고 힘들 수 있는 투쟁을 즐겁게 바꾸려고 노력했다. 부당한 현실에 맞서는 전시인 셈이다.

얼마 전 전시회 기간에는 공장에 상주하는 작가들이 만든 전시품이 있었는데, 지금은 용역들에 의해 작품이 상할까봐 다른 곳으로 옮겨둔 상태라고 했다. 우리가 갔을 때는 몇 개 작품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공장의 먼지를 모아 크게 ‘안녕하세요’라고 적어 놓은 것부터 노동자들이 예전에 쓰던 사물함을 기억의 공간처럼 형상화시킨 것,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벽에 섬뜩하게 적어 놓은 것. 모두 작품이 되었고 억울한 콜트 콜텍 노동자들의 현실을 진심으로 느끼게 해줬다.

현실 참여 미술. 미술은 현실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건가. 콜트 콜텍 공장의 전시들을 보면서, 미술이란 것도 꽤 쉽잖아, 하고 만만하게 생각하게 됐다. 내가 가진 걸로 열심히 준비하면 되는 거잖아. 로드스꼴라 전시에선 로드스꼴라의 경험으로 하면 되고. 여행의 낭만과 작업의 고통이 흠뻑 담긴 작품을 만들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과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20816101415

콜트 콜텍 공장 스쾃(점유, 점거) 전시회에 대한 기사

_3기 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