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야외 수업, 서울역으로 나갔다. 구 서울역이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했다. 1925년 경성역으로 준공되어 벌써 100년이 다 되가는 건물은 이제 기차가 다녀가는 정거장이 아니라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는 갤러리다. 2012년 4월 문화역서울 284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다. 284는 구 서울역 건물의 사적 번호다.
아침 10시, 하나둘 로드스꼴라 3기 떠별들이 모였다. 입장료는 무료라서 모두 부담없는 마음으로 구 서울역 안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모신 도슨트(안내원)의 해설로 1, 2층 갤러리 전시를 살펴보았다. 인생사용법, 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전시는 4개의 공간으로 나뉜 채 진행됐다.
디자이너는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하나. 자기 창조로서 디자인을 지향하며 미술과 디자인의 상관관계를 모색하는 디자이너 자신의 삶을 위한 디자인,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눈 아래 공간, 등 뒤의 삶, 우연한 사건을 매개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소멸되는 열린 개념의 공동체 삶을 디자인하는 우연한 공동체, 불특정 다수의 삶보다는 특정한 삶에 집중하는 어떤 삶을 위한 디자인, 총 네 가지 주제로 전시됐다(팜플렛 인용).
내용은 이해가 어려웠지만, 간혹 재밌는 전시물들을 발견했다.
잎, 이라는 작품은 나뭇가지 끝에 달린 미니 프린터에서 메시지를 떨어뜨렸다. 내가 메시지를 쓰면 그게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가 여름에서 가을이 된 것처럼 일정시간이 지난 후 낙엽처럼 떨어졌다. 나무 밑에는 여러 장의 메시지가 너부러져 있었다. 나는 거기에 최근에 만난 두근거리는 설렘을 기록했다.
이제 다음 주부터 전시는 목공수업으로 넘어간다. 야외수업으로 머리를 상쾌하게 만들었다면 이제 머리를 쥐어짜내 전시품을 만들어야 한다. 잎, 이라는 작품처럼 어떤 소통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근데 그게 가능한 일일까. 나 같은 하찮은 어린애의 실험은 오히려 시시해보일 수도 있다. 얼마 전, 내가 계획한 북아트와 목공 디자인이 퇴짜를 맞았다. 난 다시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_ 3기 가재
_ 사진 3기 도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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