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전시 프로젝트] 사랑의 정의
개강 후, 매주 목요일 오전에는 도도와 함께 하는 전시 수업을 하고 있다. 전시 수업의 목표는 12월 8일 필름 페스티벌에 놀러오는 관객들에게 필름상영 뿐 아니라 외부전시를 통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데 있다. 9월 6일 첫 수업 때는 서울 중구에 있는 플라토 미술관으로 야외학습을 나갔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개인전을 보기 위해서.
그의 작품은 이렇다. 아날로그 원형시계 두 개를 붙여둔다(무제). 사진을 포스터만 한 크기로 여러 장 인쇄해서 쌓아두고 사람들이 가져간다(무제). 사탕을 깔아 놓고 사람들이 전시를 보며 심심할 때마다 사탕의 비닐을 벗겨 먹는다(무제). 거대한 커튼을 바람이 부는 쪽에 설치해놓는다(무제). 모든 작품의 제목은 ‘무제’다.
무제의 작품에는 동시에 부제가 붙는다. 아날로그 원형시계 두 개를 붙여둔 작품의 부제는 ‘완벽한 연인들’이다. 점점 시간을 달리하는 두 개의 시계, 둘의 시간은 멀어지다가 결국 어느 순간 한 쪽이 먼저 멈춘다. 오랜 연인의 이른 죽음을 슬퍼하다가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그리고 바닥에 깔아놓은 연두색 사탕은 딱 그의 연인의 몸무게 만큼이다. 내가 사탕을 먹으면 관리자가 다시 채우는 데, 그건 연인의 부활을 의미한다.
쿠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간 제3세계 이민자이자 성적 소수자였고 에이즈로 생을 마감한 그의 작품은 사랑에서 시작된 작품이 많았다. 그에게 사랑이란 작품의 원천 같아 보였다. 얼마 전, 전시하기 위해 북아트를 만드는 작업할 때였다. 멘토는 “너희들이 뭔가를 만들 때, 그걸 사랑하는 연인처럼 생각해야 돼.”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들은 뭐랄까, 별거 아니지만 감동이 있었다. 그는 분명 작품을 사랑했다.
전시를 함께 관람한 로드스꼴라 3기 떠별들은 조금 낯설어 했다. 사탕을 조금만 주워 먹어도 눈치를 주는 삼성미술관 경호원들의 유난스러움에 행동이 위축되기도 했고,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보잘 것 없는 시계나 거울, 사탕이 값비싸고 의미있는 예술작품이 됐다는 데 대해 좀 놀라기도 했다. 사실 내가 그랬다. 동성애자였던 그의 연인과 그리고 에이즈로 인한 죽음이 작품에 짙게 스며있었다.
로드스꼴라 3기는 필름 페스티벌에 전시할 아트북 작업을 드디어 시작했다. 나는 내 작품을 ‘사랑하는 연인’처럼 대해줄 수 있을까. 에잇, 손발이 오그라든다. 적어도 보고 또 봐도 보고 싶은 작품으로 만들어야 할 텐데.
_ 3기 가재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고고 댄싱 플랫폼(부제) |